나의 이야기

옛이야기-빛바랜 사진 한 장

Jaewook Ahn 2017. 12. 25. 14:43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본사 가전사업부 자재과에서 구매를 담당하고 있던 시절인 1978년 4월 어느 일요일, 고달픈 회사 생활을 잠시 잊기 위해 화신-소니 카세트와 카메라를 메고 어촌 풍경을 촬영해 보겠다고 소래를 가기 위해 협괘열차인 수인선에 몸을 싣었다. 지금은 차안에서 내가 편집한 CD를 듣곤하지만 당시엔 카세트를 메고 여행하면서 내가 편집한 카세트 테이프를 듣던 시절이었다.

비릿한 생선냄새가 베어있고 장사하기 위해 이동하는 시골 아낙들로 붐비는 난생 처음 타본 협괘열차는 무언친금감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열차는 염전으로 이어진 군자를 지나목적지인 소래에 도착했고 바닷가를 따라 한참을 걸으니 그곳에는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나르기 위한 좁은 선로가 오랜동안 방치된채 잡초로 뒤덮혀 길게 놓여 있었던 것 같다.

그 길을  따라가면서 갯벌을 배경으로 조그마한 어선과 주변에서 노는 아이들을 촬영하면서 초등학교 4학년으로 보이4-5명의 학생들을 알게 되었고, 잠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사진촬영을 해주면서 그들과 즐거시간을 보냈다. 당시 촬영한 사진은 그 해 중앙일보 사진대전에 섬소년이란 제목으로 출품했으나 낙선하기했다. 그리고는 조그마한 구멍가게로 이동해 사각형 뜰마루에 앉아 과자를 먹으면서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누군가가 사진을 더 촬영해 달라고 했으나 가지고 온 필름이 이미 다 떨진 상태였다. 한 아이가 조금만 나가면 사진관이 있고 그곳에 가면 필름이 있을 거라고 했다.

 

나는 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서 아이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마침 마을로 들어버스를 타고 사진관을 찾아 갔으나 그곳에는 카메라용 필름이 없었다. 필름을 사려면 부천을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한 참을 기다린 후에 부천버스를 탔으나 아마도 내 기억에 당시 부천까지 한 시간 정도 걸렸었던 것 같다.

다시 소래로 돌아오면서 어쩌면 아이들이 기다리다 지쳐서 집으로 돌아갔으리라 생각했지만 거의 3시간후에 착한 나아이들이 반겨주었고 그 때까지 나를 기다려준 아이들이 고맙기도해 사진촬영하면서 즐거운 시간보냈었다. 누군가가 다음 일요일에도 꼭 이 곳에 와 달라고 이야기고 조만간 다시 한 번 오겠다고 했으나 며칠후 당시 광화문본사가 있는 현대건설로 직장을 옮기면서 그 약속을 지키지를 못했다. 촬영한 사진을 아이들 인원대로 인화해 우편으로 보내주고는 바쁜 직장 생활에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던 아이들을 까맣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위의 빛바랜 사진에 있는 아이중 성숙해 보이던 한 아이로 부터 연필로 쓴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정성스럽게 쓴  편지에는 아저씨같은 분을 어떻게 만날 수 있었는지 신기하다는 내용과 일요일이면 아저씨리워 소바닷가로 나와  행여 오시려나 해서 기다렸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가슴 뭉클한 편지였으나 약속을 지키지한 사실이 너무 미안했고 그 해 다시 사우디로 발령을 받아 떠나면서 아이들과는 다시 연락할 기가 없었고 항상 약속을 지키지 못함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이 있었다.

난생 처음 받아본 연서(?)와 함께 내게 보내준 교회에서 단체로 촬영했다는 칼라 사진은 오랜동안 지갑을 분실

하기전 까지 내 갑속에 있었으니 나도 그 아이에 대한 연심이 오랜동안 남아 있었나 보다.<2015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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