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산문 산책 18

진리와 진실

이 세상에 진리가 있다면 절대적인 진리가 없다는 것만이 유일한 진리일 것이다. 진실은 오직 사실들의 나열로써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 사실이 평면을 떠나 시간과 공간, 사람의 축이 개입될 경우에는 이미 진실로서의 가치를 상실한다. 그 때에는 다만 수많은 방향에서의 해석만이 도출되며 이로써 세상에 진실이란 존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살면서 접하는 모든 것은 주관적이며 개인의 관에 달린 것이 된다. 이 관은 어떤 수단을 통해서도 교육되고 학습될 수 없으며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무엇에 의해 철저히 타고 나는 것이다. 고로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을 해석하는 자신만의 도구를 가지고 있으며 지나치게 다른 도구를 지닌 인간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 역시 평생 변하지 않는다...

詩, 산문 산책 2022.04.22

Le Pont Mirabeau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詩 / 이베트 지로 노래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Et nos amours Faut-il qu'il m'en souvienne La joie venait toujours aprés la p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es mains dans les maines restons face à face Tandis que sous Le pont de nos bras passe Des éternels regards l'onde si lass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amour s'en va comme cette eau co..

詩, 산문 산책 2020.08.19

목마와 숙녀 - 박인환 詩 / 박인희 낭송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등대(燈臺)에 ……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거저 가슴에 남은..

詩, 산문 산책 2019.05.02

아름다움에 바치는 찬가 (보들레르)

사르다나팔루스이 죽음 (들라쿠르아) 아름다움에 바치는 찬가 (HYMNE A LA BEAUTE) 그대 무한한 하늘에서 왔는가, 구렁에서 솟았는가*1), 오 아름다움이여! 악마 같으면서도 숭고한 그대 눈길은 선과 악을 뒤섞어 쏟아부으니, 그대를 가히 술에 비길 만하다. 그대는 눈 속에 양과 여명을 담고 ; 폭풍우 내리는 저녁처럼 향기를 뿌린다 ; 그대 입맞춤은 미약, 그대 입은 술 단지, 영웅은 무력하게 하고, 어린애는 대담하게 만든다. 그대 캄캄한 구렁에서 솟았는가, 별에서 내려왔는가? 홀린 운명의 여신은 개처럼 그대 속치마에 따라 붙는다 ; 그대는 닥치는 대로 기쁨과 재난을 흩뿌리고 모든 것을 지배하되,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름다움이여, 그대는 죽은 자들을 비웃으며 그 위로 걸어간다 ; 그대의 ..

詩, 산문 산책 2018.01.29

즉흥적인 사랑의 노래 - 가르시아 로르카

Dali - 1940 - Marche aux esclaves avec disparition d'un buste de Voltaire 즉흥적인 사랑의 노래 아무도 너의 뱃속에서 나오는 불길한 목련의 향기를 알지 못했다. 아무도 네가 달콤한 말로써 사랑의 작은 새를 괴롭혔는지 알지 못했다. 하얀 눈도 부러워할 너의 허리를 껴안고 내가 나흘 동안 밤을 지새는 동안 수많은 페르시아 말들이 너의 얼굴을 비추는 달빛을 받으며 광장에서 잠들곤 했다. 석고와 자스민 사이에서 너의 시선은 창백한 씨앗을 담고 있었다. 나를 찾았다 너에게 주기 위해 내 마음 속으로부터 라고 새겨진 상아빛 글씨를. 영원한, 영원한 내 고뇌의 정원이여 영원히 붙잡기 어려운 너의 육체여 너의 혈관의 피가 내 입에 스며들고 나의 죽음 앞에 너의 ..

詩, 산문 산책 2018.01.06

부정한 유부녀 (가르시아 로르카)

부정한 유부녀 그래서 나는 그 여인이 처녀인 줄 알고 강가로 데려 갔는데 그녀는 남편이 있었다 때는 마침 산티아고 축제의 밤이어서 은혜를 받은 기분이었다. 모든 등불들은 다 꺼저 있었고 귀뚜라미만 울고 있었다 아주 후미진 곳에 이르렀을 때 나는 그녀의 잠든 유방을 애무했다 그러자 그녀는 히아신스 꽃망울처럼 순간 활짝 열려오는 것이었다 가볍게 풀 먹인 속치마는 열 자루 칼에 찢긴 비단 조각 같이 나의 귓전을 울렸다 가지와 잎에 은빛도 받지않고 나무들은 잘도 자랐던 것이다 그리고 멀리 강 건너 지평선에선 개들이 짓어대고 있었다 산딸기와 등나무 덤불 그리고 가시나무 숲을 넘어 그 밑에 오목한 자리를 마련하였다 나는 넥타이를 풀었고 그녀는 옷을 벗었다 나는 권총이 달린 혁대를 풀었고 그녀는 네 겹의 속옷를 벗었..

詩, 산문 산책 2018.01.06

인연 (피천득)

며칠전 퇴근길에 이선희가 부른 인연을 들으며 6-7년전쯤인가 피천득 선생님이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구입해서 읽었던 인연(因緣)의 수필집에 실린 글이 떠올라 검색해 올린다.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초하고 날렵한 여인이다. 로 시작하는 좀 엉뚱한 비유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수필은 균형속에 파격이 있어야한다는 이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았던 이 글을 국어시간에 처음 읽었던 오래전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지난 사월, 춘천(春川)에 가려고 하다가 못 가고 말았다. 나는 성심(聖心) 여자 대학에 가 보고 싶었다. 그 학교에, 어느 가을 학기, 매주 한 번씩 출강(出講)한 일이 있었다. 힘드는 출강을 한 학기 하게 된 것은, 주 수녀님과 김 수녀님이 내 집에 오신 것에 대한 예의(禮儀)도 ..

詩, 산문 산책 2018.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