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슬픈 노래에 대한 추억

Jaewook Ahn 2018. 1. 29. 21:55

1978년 당시 근로자의 날이던 3월 10일 조치원역에서 가방을 앞에 두고 잠시 생각에

잠긴듯한 젊은이와 먼 허공을 응시하는 중년신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내가 노래를 듣고 처음으로 슬픈 감정에 빠저본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 때이던가
음악시간에 단조를 배우던 때로 기억된다. 단조는 라로 시작해 라로 끝난다는 것을 당시

처음 알게 되었고 음악책에 단조의 예로 나오는 계명의 처음 부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
다.
 라 시 도 래 미 미 미 파 래 미.....
 그리고 단조의 예로 소개된 곡이 독일 민요인 소나무였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당시 국어책에 나왔던 비비새를 소재로한 시를 외우며 역시 외롭고 슬픈 감정에 젖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로서는 사춘기가 비교적 일찍 찾아왔었나 보
다.
 
비비새가 혼자서
앉아있었다.
 
마을에서도
숲에서도
멀리 떨어진,
논벌로 지나간
전봇줄위에,
 
혼자서 동그마니
앉아있었다.
 
한참을 걸어오다
뒤돌아바도
그때까지 혼자서
앉아있었다.

 
이 시는 최근에 박두진 시인이 쓴 돌아오는 길이라는 시임을 알게되었다.
당시엔 라디오로 노래를 듣는다는 것은 어린 나에게는 거의 기회가 없었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라디오 음악방송을 통해 알게된 가요나 팝송 클래식중에서 유독 슬픈 곡들이 내
가슴에 들어와 떠날 줄을 몰랐다. 태양은 가득히, 로미오와 줄리엣 지붕위의 바이올린등
의 로멘틱한 멜로디의 영화 주제곡을 들을 때마다 가슴에서 떠날줄 몰랐고 성모의 보석
중 간주곡을 들으면 눈물이 맺히곤했던 10대를 지나 차이코프스키와 베토벤을 좋아했던
20대, 그러나 언젠가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게된 곡중 단연 빼놓을 수 없는 곡이 슈베르
트의 피아노 소나타 20번(D959) 2악장과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이다. 특히 몇 년전
Sarah Brightman이 이 교향곡 7번 2악장에 괴태의 시 마왕을 붙여 노래를 부르기도 했
다. 이 두 곡 모두 들을 때마다 내 마음에 내재된 슬픔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듯한 느낌
을 받는다. 아마도 나는 타고나면서 부터 슬픔이 서려있는 곡을 좋아했나보다.

여기 Schubert Piano Sonata No. 20, D 959 2악장, Beethoven 교향곡 7번 2악장과 소나무

(Der Tannenbaum)를 소개합니다.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에 Schubert Piano Sonata D959 2nd Andantino가

자주 흘러나와 고통뿐인 세상에서 외롭게 살아가다 결국 죽음을 택하는 주인공 마리의 슬픔을 더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