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경이던가 외출을 하기위해 회사 주차장을 내려가 보니 누군가가 내 차의
와이퍼에 조그마한 메모지를 남겨두었다. 차의 모서리를 접촉하는 사고가 있었
고 정말 죄송하다는 내용과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었다.
전화를 하니 가능한 보험처리를 하고 싶지 않으며 수리비를 보상해 주겠다고
한다. 회사 바로앞 내 차량을 관리해주는 정비소에서 견적을 받아보니 범퍼 도
색비용 80만원과 찍혀서 페인트가 떨어진 부분 수리에 20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런데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 차가 1996년식이라 20년이 넘은 낡은 차이
고 범퍼도 여기 저기 긁힌 자국이 있는데 이 번 사고를 핑게로 남의 돈으로 도색
을 한다는게 마음에 걸렸다. 또한 페인트가 악간 떨어져 나간 부분은 얼른 보아
서는 표시도 나지 않는데 굳이 수리를 해야하나 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동
안 주차해둔 내 차의 범퍼등에 접촉사고를 내곤 모르는척 연락도 없이 슬그머니
도망간 사람이 여러 사람있지 않았나! 그런데 양심적으로 신고한 사람에게만 수
리비를 받는다는게 나의 관점에서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일년전쯤 아내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하면서 주차라인을 넘어 뒤에 주차한 벤
즈차량을 접촉해 뒷 범퍼에 약간의 스크레치를 생기게 해 대물사고 보험처리를
했는데 나중에 지급된 보험금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범퍼 교체비용과 이
틀간 렌트비를 포함해 350만원 정도가 보상되었기 때문이었다. 보험처리는 공돈
이라는 생각에 과하게 비용을 청구하는 관행에 심히 불쾌한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수리하지 않고 그냥 내 차를 운행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
차를 지금처럼 잘 관리해서 10년은 더 탈 생각이지만, 어차피 지저분한 범퍼는
내가 필요할 때 내 돈으로 수리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었다.
수리비가 든 봉투와 난을 가지고 찾아 온 분의 봉투는 정중히 거절하고 난은 고
마운 마음으로 받았다. 내가 차수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그 돈을 받아 용
돈으로 쓸 수는 없다고...
그 분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고마워하면서 자신도 앞으로 살아
가는데 많은 참고가 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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