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알고 지내는 가수 조용필씨가 얼마 전 뜻밖의 제안을 했다. '국민가수 조용필'앞에서 조용필의
노래를 불러젖히는게 얼마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즈음이었다. 자신이 작곡한 곡에 가사를 붙여달라
는 부탁이었는데, 아무튼 난생 초유의 일이라 당황했지만 한번 해 보겠노라고 일단 답은 했다. 요령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냥 해보면 다 돼!' 국민가수의 어투가 이랬다. 글쎄, 나는 이차방정식 수학 문제
를 받아든 초등학생처럼 난감했다. 우선 가락을 들어보기로 했다. 마치 레이더 탐사자가 신호 잡히기를
학수고대하는 것처럼,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 때까지 수십 번을 들었다. 그런데, 퇴직한 베이비부머의
영상이 떠올랐고 물러갈 기색이 없었다. 할 수 없었다. 그 곡을 베이비부머들에게 바치는 노래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아직 음반이 출시 되기 전이라 1절은 갈무리해두고 2절을 소개하려한다. 물론 이 노래
말이 채택되리라는 자신은 없다. 국민가수의 처분에 달려 있으므로. 제목은 '어느날 귀로(歸路)에서'이
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퇴직자의 쓸쓸한 심정을 그렸다.
돌아오는 길목에 기다리던 그 모습
어두워진 그 길에 나를 맞는 그대 미소
화려했던 시간들 울고 웃던 친구들 그 곳에 두고 떠나야하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의 추억을 아파하지 마라
나는 왜 귀로를 맴돌고 있나 아직 꿈이 가득해 그자리에
나는 왜 귀로를 서성거리나 돌이킬순 없지만 이젠 알 것 같은데
베이비부머의 경험이 오로지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우리들이 태어났던 세대
위치가 우리의 경험을 주조한 원천이다. 세대의 연대감은 이을 확인한 뒤에 밀려오는 쓸쓸함 속에서
피어난다.
2013년 겨울이 물러사는 춘천에서
송호근배

1년전쯤이던가, 오래전 캐나다로 이민간 친구가 한국에 와서 책을 한 권 사주고 갔다. 우리 세대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할 책이란다. 나는 오래전부터 수필집은 진실성이 없는 가식의 글들이 많은 것 같아
잘 읽지를 않았고 노란 표지를 한 이 책도 오랫동안 내 책상위를 뒹굴러 다녔다. 최근 우연히 읽게된
이 책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리 우리세대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슴아픈 진실어린 글들이라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 '서울대 송호근교수가 그린 이 시대 50대 인생보고서'라는 책이다.
위에 인용한 글은 이 책의 프로로그 어느날 귀로(歸路)에서의 마지막 글이다.
이런 사연으로 조용필의 19집에 실린 어느날 귀로에서가 탄생되었다.

어느날 귀로에서
돌아오는 길목에 외롭게 핀 하얀 꽃들
어두워진 그 길에 외롭게 선 가로등이
빛나는 기억들 울렁이던 젊음 그곳에 두고 떠나야 하네
이별에 익숙한 작은 내 가슴 속에 쌓이는 두려움 오오오오
내 푸른 청춘에 골짜기에는 아직 꿈이 가득해 아쉬운데
귀로를 맴도는 못 다한 사랑 만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알 것 같은데
돌아오는 길목에 기다리던 그대 모습
어두워진 그 길에 나를 맞는 그대 미소
화려했던 시간들 울고 웃던 친구들 그곳에 두고 떠나야 하네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의 추억을 아파하지 마라 오오오오
나는 왜 귀로를 맴돌고 있나 아직 꿈이 가득해 그 자리에
나는 왜 귀로를 서성거리나 돌이킬 수 없지만
이제는 알 것 같은데
나는 왜 귀로를 맴돌고 있나 서성거리나
내 푸른 청춘에 골짜기에는 아직 꿈이 가득해 아쉬운데
나는 왜 귀로를 맴돌고 있나 아직 꿈이 가득해 그 자리에
나는 왜 귀로를 서성거리나 돌이킬 수 없지만
이제는 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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