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흩뿌린 단풍나무여, 얼어붙은 단풍나무여
어째서 하얀 눈보라 속에 몸을 굽히고 서 있나요
아니면 무엇을 보았나요 아니면 무슨 소리를 들었나요
시골 저편으로 산보라도 나가는 것 같아요
마치 술에 취한 문지기처럼 길가에 서서
눈 더미에 빠져 다리가 얼어붙은 거 같아요
아, 요즘 웬일인지 나약해진 나는
술잔치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고
갯버들을 만나고 소나무를 바라보고
눈보라 속에서 그들에게 여름 노래를 불러주었어요
나는 마치 한 그루의 단풍나무 같아요
낙엽을 흩뿌린 단풍잎이 아니라
있는 힘을 다해 초록빛으로 남으려는
겸손을 잃어버리고 완전히 바보가 되어
마치 타인의 아내인 듯 자작나무를 껴안고 있어요
세르게이 예세닌 詩
러시아 민요
가사 번역 : 김영엽 (다음 러시아 음악 카페지기)
김미원 (대전외고 러시아과 교사) 부부
러시아의 농민 시인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예세닌(1895∼1925년)은 이미 스무 살 무렵, 러시아 상징주의의 대가인 알렉산드르 블로크로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농민 시인으로 불렸다.
첫 시집 초혼제를 출간하며 명성을 얻은 그는 러시아의 황제의 가족들 앞에서 시를 낭송하기도 했지만 러시아 혁명에 가담하며 1917년의 2월 혁명과 10월 혁명을 찬양했다. 그는 1919년 무렵 공산당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규율에 맞지 않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거부되었다.
1921년에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미국 출신의 현대 무용수이자 17년 연상의 이사도라 덩컨과 만나 결혼하고15달에 걸친 미국과 유럽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긴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그들의 관계는 파탄이 나 있었다.
권태와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질환을 앓으며 술로 자신을 달래야 하는 피폐한 삶을 살던 그는1925년 12월, 한 호텔방에서 자살했다. 그때 그의 나이 불과 30이었다.
* 노랫말 (세르게이 예세닌 詩)과 음원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러시아 로망스 베스트 2집 (CD)에서 가져왔습니다.
'음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Barbara - 자크 프레베르 詩 / 이브 몽땅 노래 (0) | 2022.03.07 |
---|---|
Polonaise (영화 2046 Soundtrack) by Shigeru Umebayashi (0) | 2022.02.28 |
비야 내려다오 Ya Zovu Dozsh (번역가사) - 알렉산드르 이바노프 Alexander Ivanov (0) | 2022.02.26 |
Schubert: Piano Trio No. 2 in E-flat Major, D. 929, II. Andante con moto - Vienna Mozart-Trio (0) | 2022.02.22 |
Beethoven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61 - Olivier Charlier, violin (0) | 2022.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