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병상일기 15 - 2015년 6월 10일

Jaewook Ahn 2018. 1. 28. 11:53

 

 

 

 

 

 


 내가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 5월 10일 입원하고 오늘이 6월 10일이니 벌써 한 달
넘어가고 있다. 재수술후 상태가 호전되고있어 5일이내엔 퇴원하게 될 것 같
다. 수술 이틀후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예감이 불행히도 맞아들어 결국은
극심한 통증으로 진통제에 의존하다 24일만에 재수술을 해 성공했고 지금은 회
중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1차 수술한 4,5 번외에 3,4 번척추도 고정을 해 허리
의 유연성은 많이 떨어질 것이다. 내가 입원한 병실은 1608호 4인실인데, 나를

포함해 너무 특이한 환자들만 모여있다.
 
 창가인 내 침상 맞은편의 환자,
 조용은 박사에게 같은 날 나보다 먼저 수술한 50대 후반의 환자로 수술후 섬망
상이와 아직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간혹 여보 마누라만
소리쳐 불러댄다. 보통 며칠만에 제 정신으로 돌어온다는데, 이 분은 당뇨가 있고
특히 수술을 위한 마취를 했는데 열이 38도까지 올라 수술을 포기하고 3일후 수
을 해 아마도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 것 같다. 낮엔 잠만자고 밤이면 욕을하며 소리
를 질러 침대에 몸을 묶어 놓은 상태이고 간호사실옆에 마련된 독실로 옮긴다. 부
인의 간병이 지극하나 이틀전엔 하는 일 때문에 간병인에게 맞겼는데 간병인의 간
병 역시 지극 정성이다.
 
 이 환자 옆에 누워서 아마도 성경책을 주로 읽는 50대 중반의 남자,
 결혼후 얼마되지 않아 두 아들을 보았고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는데 이번
또 문제가 있어 장기 입원중인데, 역시 부인의 간호가 극진하다. 화가 있는 성
이어서 열흘전쯤 내게 문병온 사람과 3,40십분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대뜸
시끄럽다고 소파로 나가서 이야기하라고 화를 내며 성질을 내 나도 당시 통증으
로 꼼짝 못하는 상황이어같이 화를 내고 한 마디 하려했는데 당시 앞에 계시던
보호자분이 참으라고 손짓을 반복해 미안합니다 하고 사과를 하고 마무리 했는데 
정작 본인도 지인들이 찾아오면 역시나 시끄럽게 이야기한다. 어제밤엔 섬망증상
으로 소리지르는 옆사람에게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몇 번이나 지른다. 환자에
게 좋지 않을 텐데. 역시 나 자신을 알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내 바로 옆의 나이 70인 환자,
 경상도 시골에서 오신 분인데, 사고로 지붕에서 떨어져 시골 병원 전전하다 척
추결핵에 감염되어 들어왔는데 처음 내가 1인실에서 이 곳 4인실로 옮겼을 때엔  
건장한 큰 아들과 오손도손 이야기도 하면서 보내고 있어 심각한 상태인 줄은 몰
랐는데 아들이 LA로 돌아가면서 간병인을 두고 갔는데 간병인을 3일만에 돌려
보냈고 급기야는 지난 밤에 화장실을 가다가 넘어져서인지 피가 바닥에 흥건히
고여있호사들에게 비상이 걸렸었다. 어제부터 각 과의 의사들이 와서 간의
수치가 나져 약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지켜보면서 소량의 약만 투여하겠다고
하신다. 오늘도 여러 과의 의사들이 다녀갔고 조만간 중환자실로 갈 수도 있고,
이 사실을 LA로 며칠전 돌아간 외아들에게 담당 주치의가 직접 전화로 조금전
알려주었는데 다시 올런지 모르겠다. 시골사는 부인은 몸이 불편해 올라오실 수
가 없단다.

 그래서인지 간병인들이 이 곳을 4인 중환자실이라고 농담삼아 부르기도 한다.
 겸손하고 감사하며 살 일이다.
 
 
 

 

 

 


 

 

  Bach Violin concerto No.1 in A Min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