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병상일기 9 - 2015년 6월 1일

Jaewook Ahn 2018. 1. 28. 10:40

 

 

아침 5시 50분 병실 창으로도 어김없이 아침 햇쌀이 들어온다

 

 

 

 오전 5시,
 간 밤은 통증에 비교적 덜 시달린 편이다. 적외선 램프를 통증 부위로 향하게

하고 잠을 잔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화장실을 다녀오니 골반 바로밑 엉치부
분에 통증이 극심해 진통제를 요청했다. 역시 오늘도 케랄을 정맥에 주사하며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로서 입원 4주차가 시작된다. 이번주는 무언가 좋은 해결책이 나오길 기
대하며 하루를 시작하자. 특히 오늘은 바로 아랫 동생인 아주대 정치학 교수인
안재흥 교수와 가까운 사이인 이 병원의 내과 원로 교수가 면회 온다고 해
생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오랜만에 면도를 했다. 
 
 슈베르트의 유작인 피아노 소타타 21번 1악장을 들을 때마다 20번 2악장의
생에 대한 처절한 애절함과 원망스런 분위기와는 달리, 생의 모든 것을 달관한 
자가 자신의 운명을 자연스러이 받아 들이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되풀
이 되는 멜로디는 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듯 애련한 슬픔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이는 순수한 아마추어의 감상평이라 듣는이 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오전 8시,
 주치의 조용은 박사님 회진이 있었다. 언제나 온화한 모습으로 오셔서 희망의
말씀을 살짝 던지고 가신다. 주말에 통증을 너무 힘들었다고 말씀 드렸다.
재활의학과에서 일단 치료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신경외과에서 다른 방법으로 
치료 할 예정이니 걱정 말라고 하신다. 아마도 재수술을 염두에 두시는 것 같다.
 오후 12시 10분,
 회사 동료 여러명이 문병차 다녀갔다. 내가 저렇게 건강한 시절이 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커다란 과일 바구니와 현금이 든 봉투를 가져왔다. 반가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후 2시 40분
 방금 재활의학과 수련의가 다녀갔다. 3시반에 도스치료 계획이 있는데 사전 조
사차 오셨나보다. 업드리게 한후 엉치부근 통증유발점을 눌러보고 가셨는데
룰 땐 몰랐는데  그 후유증인지 발목 복숭뼈있는 부분이 기분 나쁠 정도로 
기 시작한다. 14년전 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오른쪽 이 자리가 서서히 아파오
니 나중에는 도끼로 찍는듯한 통증으로 고생하던 부분이라 신경이 예민해진다.
현재의 내 상태가 진통제없이는 한 걸음 띠기도 힘드데 도스치료를 하겠다고 하
는 재활의학과의 판단이 한심스럽단 생각이든다. 결국 포기하기로 했다. 이래저
래 내 근본적인 치료는 지연되고 있다.
 오후 5시,
 통증이 밀려와 진통제 케랄을 정맥에 주사했다.
 오후 11시 20분
 책을 읽다가 아마도 9시경에 잠이 들었나 보다. 잠을 깨니 통증이 있는데 아직
은 참을만하다. 걱외선 램프를 아픈곳에 고정시켜놓고 잠을 청해보자.

 

 

 

 

 

 

Paul Badura-Skoda. fortepiano 
Rec : Zogerniyz Casino. 5. May.1992
 
 
 
 
 
 
 

'병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병상일기 - 2015년 6월 3일  (0) 2018.01.28
병상일기 10 - 2015년 6월 2일  (0) 2018.01.28
병상일기 8 - 2015년 5월 31일  (0) 2018.01.28
병상일기 7 - 2015년 5월 30일  (0) 2018.01.28
병상일기 6 - 2015년 5월 29일  (0) 2018.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