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병상일기 8 - 2015년 5월 31일

Jaewook Ahn 2018. 1. 28. 10:34

 

 

 

 연이은 통증으로 찌들어 가고있는

 나, 한심한 모습을 셀카로 담았다

 

 

 

 병원에 입원한지 3주가 되었다.

 처음 입원할 때에는 수술하고 며칠만 고생하면 해결되겠지 하는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들어왔는데 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4,5번 디스크파열로 디스크사이의 간격을 유지하기위해 지지대를 만들어 고정
시키고 인조 디스크를 삽입해 봉합하는 수술인데 디스크 환자에게는 비교적 흔
한 수술로 알고있다.
 수술후 3주가 지난 지금도 정확한 원인도 모르고 통증에 시달리며 진통제에 의
존하여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이젠 내 인내심의 한계점에 와 있는 듯하다.
사실 지난 목요일 재활의학과에서의 시술로 경과가 좋아 약간이나마 희망을 가
졌었금요일 회진 때 일정을 바서 추가 진료를 해 주겠다고 말씀하셔서 주말
내내 제 부르려하고 기다렸는데 소식은 없고 신경외과에선 그동안 복용하
던 강한 진통제끊은 상태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었는데 시술후 하루 반만에
강력통증이 찾와 고통속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다. 진통제도 수시로 맞을
수 있것이 아니서 그 기다림의 고통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그나마 간 밤
엔 적램프로 통증을 약간이나마 덜면서 잠잘 수 있었다.
 
 슈베르트가 죽기 몇 달전에 작곡하고 사후에 발표된 피아노 소나타 19, 20 과
21번중 그가 병중에서 삶의 고통과 애절함을 가장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아 오
래전부터 좋아하던 피아노 소나타 20번 2악장 안단티노의 곡 분위기가 나의 처
지와 비교되어 검색해 올렸습니다.
 이 곡이 주는 그 애절함 때문일까, 이 곡은 일찌기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당나
귀 발타자르, 미하엘 하네커 감독의 La Pianiste, 그리고 최근작 누리 빌게 제일
란 감독의 Winter Sleep에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에서는
동네 청소년들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하는 어린 소녀 마리를 통해 희망도 없고
통뿐인 세상에 대한 절망을 이 곡으로 표현해 그 슬픔을 더해 주기도 한다.
 
 새벽 1시반,
 강력한 통증으로 잠이 깨어 진통제 케랄을 맞았으나 1 시간이 지나서야 통증
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젠 약발도 약해져 효과가 줄어든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2시간만에 주사를 맞은 것이다.
 지금 시간 3시 20분, 잠을 청해야겠다.
 오전 5시반,
 이런 저런 생각 때문이었는지 그 두 시간동안에도 서너 번은 잠을 깨곤했다.
 오전 8시,
 또다시 통증이 공격한다. 화장실 다녀오고 잠시 2~3분 아침식사를 서서 했
니 신경이 눌렸나 보다. 아침 식사를 했다기보다 국에 밥을 일부만 말아 마
셨다. 소화력은 좋은 편이니 어떻게든 소화는 될 것이다.
 지난 금요일 상태가 호전되는 듯해 주치의 선생님이 약처방을 바꾸었는데
반대로 주말에 더 악화되어 무언가 치료에 변화가 있어야 할 텐데, 통증이
수시로 찾아와 공격을 해 휴일 당직의사에게 상항을 설명하려고 수차례 면
담을 요청해도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매번 같은 약만 가져온다.
 통증을 호소했더니 이번에도 케랄을 정맥에 주사한다. 통증은 어느정도
시적으로 가라앉겠지만 불안한 마음만 가중된다. 언제는 하루 2~3번 이
은 맞으면 안된다고하더니, 실제로 검색을 해보니 하루 2회 투여하는 것
로 되어있던데...
 어쨋든 최악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
 13시 40분,
 방금 슈트롬이 쓴 단편 호반을 다 읽었다. 이 번으로 한 세 번쯤 읽은 것 같
다. 시골에서 어려서부터 사랑하며 지내면서 당연히 자신과 결혼하게 될 줄
알고 보냈던 엘리자벳이 자신이 먼 도회지로 공부하러 간 사이 자신의 절친
시골지주와 결혼하자 평생 독신으로 고고하게 살아가는 라인하르트의 독
으로 작된다.
 
엘리자벳!, 저 푸른 산 너머에 우리들의 청춘이 있었지요.
 그 시댄 이젠 어디로 갔을까?
  중략
 다른 남자를 잡으라고
 어머니가 바라셨네
 마음속에 간직했던 그대를
 잊어버리라고 말씀 하셨네
 그러나 그래서는 안될 내 마음.
 
그러시지 말기를
어머니께 얼마나 애원했던가
허나 이젠 죄가 되었으니
나는 어찌하면 좋을까.
 
사랑과 기쁨 대신에
맛보는 괴로움
아아 그럴 줄 알았더라면
말라버린 들판을 헤매면서
동량하는 아이라도 될 것을.
 
 오후1시 50분,
 어제부터 면담을 간곡히 요청했던 수련의가 방금 다녀갔다. 어제 오늘 통증이
극심해 고통스러운데 아무런 대책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했다. 여러가지로 검토
해보겠다고 한다.
 오후 6시 10분,
 강한 통증으로 진통제를 요청했다. 오늘도 역시 케랄을 정맥에 주사한다. 진
통제를 맞은 40여분 지난 지금도 상당한 통증이 남아있어 식사하기가 불편한
정도다. 조금 기다리면 나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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