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산문 산책

아름다움에 바치는 찬가 (보들레르)

Jaewook Ahn 2018. 1. 29. 22:19

        

     

 

       사르다나팔루스이 죽음 (들라쿠르아)

 




아름다움에 바치는 찬가 (HYMNE A LA BEAUTE)

그대 무한한 하늘에서 왔는가, 구렁에서 솟았는가*1),
오 아름다움이여! 악마 같으면서도 숭고한 그대 눈길은
선과 악을 뒤섞어 쏟아부으니,
그대를 가히 술에 비길 만하다.

그대는 눈 속에 양과 여명을 담고 ;
폭풍우 내리는 저녁처럼 향기를 뿌린다 ;
그대 입맞춤은 미약, 그대 입은 술 단지,
영웅은 무력하게 하고, 어린애는 대담하게 만든다.

그대 캄캄한 구렁에서 솟았는가, 별에서 내려왔는가?
홀린 운명의 여신은 개처럼 그대 속치마에 따라 붙는다 ;
그대는 닥치는 대로 기쁨과 재난을 흩뿌리고
모든 것을 지배하되,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름다움이여, 그대는 죽은 자들을 비웃으며 그 위로 걸어간다 ;
그대의 보석 중 공포*2)도 매력이 못하지 않고,
그대의 가장 비싼 패물 중 살인이
그대의 거만한 배 위에서 요염하게 춤춘다.

현혹된 하루살이가 그대 촛불에 날아가
탁탁 타면서 말한다, “이 횃불에 축복을!” 하고
정부의 몸에 기대고 헐떡이는 사나이는
흡사 제 무덤 어루만지는 빈사의 병자.

그대 하늘에서 왔건, 지옥에서 왔건 무슨 상관이랴?
오 아름다움이여! 끔찍하되 숫된 거대한 괴물이여!
그대의 눈, 미소, 그리고 그대의 발이
내가 갈망하나 만나보지 못한 무한을 열어줄 수만 있다면.

악마로부터 왔건 하느님에게서 왔건 무슨 상관이랴?
천사이건 시레네스*3)이건 무슨 상관이랴?-빌로드 같은 눈을 가진 요정이여,
운율이여, 향기여, 빛이여, 오 내 유일한 여왕이여!-
세계를 덜 추악하게 하고, 시간의 무게를 덜어만 준다면!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지음, 윤영애 옮김 악의 꽃(les Fleurs du Mal)
중에서



1) 이 시를 쓰던 시기 보들레르는 내면의 일기에 미(美)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글을
 남겼다. 그것이 이 시에 그려진 미에 대한 적절한 주석이다.

       나는 미에 대한 - 나의 미의 개념을 발견했다. 그것은 뭔가 강렬하고 서글픈 것이
     며, 추측의 여지를 남겨두는 막연한 어떤 것이다. 나는 내 생각을 민감한 대상에, 이
     를테면 사회에서 가장 흥미있는 대상인 여인의 얼굴에 적응시키고 싶다. 유혹적이고
     아름다운 얼굴, 말하자면 여인의 얼굴, 그것은 동시에 관능과 슬픔을 꿈꾸게하는 얼
     굴이다. (.....) 신비와 회환 역시 미의 성격에 속한다.

  이미 1843~1845년 보들레르는 들라쿠르아의 회화에 끌렸으며, 이 그림들에 나타
 나는 불안과 인간 고통의 미를 찬양했다.
2) 미와 공포를 연결시키는 것은 낭만주의 시인들에게 흔히 있었던 개념이다.
3)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녀반어(半女半魚)의 괴물, 아름다운 목소리로 항해자들
을 홀렸다고 한다.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가 생겨 오래전에 사두었던 보들레르의 악의 꽃(윤영애 옮김)을
다시 읽으며 비교적 어렵지않게 마음에 들어오는 시가 있어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