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27
네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했다.
그 기쁨이었으면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지닌 슬픔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번뇌라든지
일상의 그 아픔을 맑게 닦아 낼 수 있는
네 그 음악이었으면 했다.
산지기가 산을 지키듯이 적적한 널 지키는
적적한 그 산지기였으면 했다.
가지에서 가지로, 새에서 새에로
꽃에서 꽃으로, 샘에서 샘에로
덤불에서 덤불로, 숲에서 숲으로
골짜기에서 골짜기로,
네 가슴의 오솔길에 익숙한
충실한 네 산지기였으면 했다.
그리고 네 마음이 미치지 않는 곳에
둥우릴 만들어 내 눈물을 키웠으면 했다.
그리고 네 깊은 숲에 보이지 않는
상록의 나무였으면 했다.
네게 필요한 그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조병화
'詩, 산문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Les Feuilles Mortes (Remy De Gourmont) (0) | 2017.12.30 |
---|---|
여인숙 (잘란루딘 루미) (0) | 2017.12.25 |
타고르의 기탄잘리중 (0) | 2017.12.24 |
박지견 선생님 (0) | 2017.12.10 |
프루스트의 산문중에서 (0) | 2017.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