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산문 산책

남남 27 (조병화)

Jaewook Ahn 2017. 12. 9. 19:26

 

남남27

                                              
네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했다.
그 기쁨이었으면 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지닌 슬픔이라든지
고통이라든지, 번뇌라든지
일상의 그 아픔을 맑게 닦아 낼 수 있는
네 그 음악이었으면 했다.
산지기가 산을 지키듯이 적적한 널 지키는
적적한 그 산지기였으면 했다.

가지에서 가지로, 새에서 새에로
꽃에서 꽃으로, 샘에서 샘에로
덤불에서 덤불로, 숲에서 숲으로
골짜기에서 골짜기로,
네 가슴의 오솔길에 익숙한
충실한 네 산지기였으면 했다.

그리고 네 마음이 미치지 않는 곳에
둥우릴 만들어 내 눈물을 키웠으면 했다.
그리고 네 깊은 숲에 보이지 않는
상록의 나무였으면 했다.
네게 필요한 그 마지막이었으면 했다.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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