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산문 산책

여인숙 (잘란루딘 루미)

Jaewook Ahn 2017. 12. 25. 13:25

 

 

 

 

여인숙
 

인생은 여인숙

날마다 새 손님을 맞는다.

 

기쁨, 낙심, 무료함.

찰나에 있다가 사라지는 깨달음들이

예약도 않고 찾아온다.

 

그들 모두를 환영하고 잘 대접해라!

그들이 비록 네 집을 거칠게 휩쓸어

방안에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는

슬픔의 무리라 해도, 조용히

정중하게, 그들 각자를 손님으로 모셔라.

그가  너를 말끔히 닦아

새 빛을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어두운 생각, 수치와 악의가

찾아오거든 문간에서 웃으며

맞아들여라.

 

누가 오든지 고맙게 여겨라.

그들 모두 저 너머에서 보내어진

안내원들이니.

 

잘란루딘 루미


 

잘란루딘 루미

13세기 회교 신비가인 그의 집안은 대대로 학자와 신학자, 법률학자의 집안이었다. 루미도 부친의 뒤를

이어 왕실의 후원 아래 전통적인 종교 교사의 길을 걸고 있었다. 그는 전통에 입각한 종교학자, 금욕주의

자로 네 대학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학자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운명처럼 떠돌이 늙은 수도승 카브리즈의 샴스를 만나면서 완전히 다른 삶의 길로

접어들었다.
검은 모자의 샴스를 처음 보았을 때를 루미는 이렇게 묘사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오직 그만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거기 불꽃처럼 타오르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가 내게 다가왔을 때 나는 두 눈이 멀어 버렸다."
샴스는 루미에게 다가와 말했다.
 "나는 이 세상의 돈을 다른 세상의 돈으로 바꾸는 자이다."
루미를 만난 샴스는 루미의 책들을 모두 우물 속에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루미에게 말했다.
 "그대는 이제부터 책을 읽지 말라." 

루미는 그 후 책을 읽지 않았다.
또 샴스는 말했다.
"이제부터 그대가 아는 지식을 절대로 남에게 말하지 말라."
 그후 루미는 침묵을 지켰다. 샴스는 루미가 지금까지 책에서 읽어온 것들을 실제로 삶 속에서 체험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진리를 가르쳤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일 주일이 넘도록 방문을 걸어 잠그고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결과 두 영혼은 하나로 결합되었다.
루미는 이렇게 시에서 표현했다.
"전에 내가 신으로 생각했던 그 존재를 오늘 나는 한 사람 속에서 만났다."
그러자 많은 이들이 루미와 샴스의 우정을 질투했다. 그들은 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서 샴스를 멀리

른  지방으로 떠나게 했다. 그러나 샴스가 다시 루미를 만나기 위해 돌아오자 사람들은 마침내 샴스를

버렸다.
샴스가 죽었을 때 루미는 그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다만 그는 홀로 정원에서 이렇게 읊었다. 

"운명의 펜은 절대로 철자법이 틀리는 법이 없도다!"
샴스를 만나기 전에는 루미는 시인이 아니었다. 샴스와의 만남을 통해서 루미는 시인이 될 수 있었다.

그의 시들은 샴스와의 만남을 찬양하는 내용과 '벗'이 돌아오기를 슬픔과 갈망 속에 기다리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자신의 작은 자아를 버리고 보다 큰 우주적 자아에게로 녹아드는 존재의 황홀감이

그의 시에 담겨있다.
루미의 시는 회교 신비주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말한다.
"신으로 가는 데에는 많은 길이 있다. 그 중에서 나는 춤과 음악의 길을 택했다.
그 춤과 음악은 나의 스승에게 바치는 것이다."
류시화 산문집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중에서, 도서출판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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