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碑木 ) - 박인수, 테너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산 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1963년 어느 날, 강원도 화천군 백암산 기슭에서 수색중대 소대장이었던 한명희는 사병들과 함께 순찰을 돌고 있었다. 그는 우연히 이끼 낀 돌무덤을 발견하고 무덤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녹슨 철모, 카빈 소총 한 자루, 묘비처럼 꽂혀 있던 썩은 나무등걸, 고즈넉이 피어있는 산목련 등으로 보아 싸우다 숨진 한 군인의 초라한 무덤이라는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즉석에서 시 한편을 지어 땅 속에 누워있는 묘 주인의 넋을 달랬다. 이렇게 만들어진 헌시(獻詩)는 훗날 작곡가 장일남을 만나면서 ‘비목’이란 이름의 가곡으로 탄생, 국민적 사랑을 받게된다. 동양방송(TBC) 프로듀서로 근무하던 한명희는 방송일로 자주 만난 장일남으로부터 신작 가곡 가사를 부탁받고 이 시를 건네주었던 것이다.
한명희는 1987년 월간 ‘신동아’ 6월호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무덤의 주인공은 영락없이 나같은 20대 한창 나이의 초급장교로 산화한 것이다. 일체가 뜬 구름이요, 일체가 무상이다. 처음 비목을 발표할 때는 가사의 생경성과 그 사춘기적 무드의 치기가 부끄러워서 ‘한일무’라는 가명을 썼다. 여기 일무(一無)라는 이름은 바로 이때 응결된 심상이었다.”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분들의 고귀한 정신을 절대로 잊어서는 않될 것이다.
최근 쏘련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더 절실히 느낀다.
애국 영령들이시어!
당신들 덕분에 우리는 더욱 번영되어가는 자유대한민국에 살고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