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리운 어머니 (1996, Jaewook Ahn) - Oil on Canvas, 145.5 x 112.1cm

Jaewook Ahn 2022. 5. 9. 19:06

 

 

 

 

 

1991년 초가을 추석을 며칠 앞두고 당시 외환은행 반포지점장이던 둘째 형님과 은행 주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이 곳에서 식사를 하는지 어떻게 알았는지 당시 같은 지점에 근무하는 차장님이 찾아와 무릎을 꿇고 앉는게 아닌가!

우린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나보다하고 잠깐 생각하는 순간 "지점장님, 어머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셨는데 위독하신 것 같습니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우린 급히 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갔으나 어머님은 이미 숨을 거두신 후였고 아들 일곱이나 두신 어머님의 임종을 지킨 자식은 아무도 없었다. 어머님은 인도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가 졸음운전을 한 덤프트럭이 인도로 돌진하면서 69세의 나이로 그렇게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하셨다.

어려서부터 어머님의 살림을 도우며특별히 정이 많이 들었던 나로서는 어머님을 잊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1993년이던가 하던 사업이 여의치 않아 문을 닫고 고등학교때까지 하던 그림을 다시 배우면서 어머님을 꼭 한 번 그리고 싶었다. 1996년 그림공부를 마치면서 어머님을 그려 미술대전에 출품하기로 하고 그해 여름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잠시 사진에 심취하던 시절에 촬영해둔 어머님의 사진중에서 신경쇠약증세로 빨래하는 것을 유독 두려워하셨던 어머님이 집안 수도가에서 근심스런 모습으로 빨래하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 손바닥만한 사진을 가지고 어머님의 생전 모습과 입으셨던 옷을 생각해가면서 그해 여름 나는 하루 종일 캔버스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찌나 몰두하고 그렸는지 도무지 시간의 개념을 잊어버렸었다. 잠시 앉아 있었다 싶으면 어느덧 날이 저물어 있었다. 때론 어머님이 그리워 눈물을 흘려가면서 몰두하다보니 11월초쯤 그림이 완성되었다.

선생님의 권유로 그 해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출품하고 먼저 가족이 가서 자리잡고 기다리고 있던 파리로 떠났다.비록 미술대전에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나로서는 다시는 그릴 수 없는 어머님을 추억할 수 있는소중한 작품 하나를 얻었다.

배경음악은 소프라노 김영선이 부르는 [고향생각 (Flee as a Bird, 스페인 민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