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자화상 - 캔버스에 유화 (45.5 x 53)

Jaewook Ahn 2022. 3. 13. 17:17

 

 

배경음악은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한 여류화가 수잔 발라동 (Suzanne Valadon 1865 - 1938)이 몇개월의 동거후 떠나자 몽마르트의 조그마한 다락방에 독신으로 살면서 평생 검은 옷에 검은 모자를 쓰고 몽마르트의 카페에서 피아노 연주와 작곡을 하며 일생을 보낸 Erik Satie (1866 - 1925)의 Gymnopedie No. 1입니다.

 

1996년 어느날 처음으로 거울을 보고 10호 켄버스에 자화상을 그렸다. 이 시기는 아마도 윤동주(1917 - 1945)의 자화상이란 시를 우연히 처음 접한 시기와도 비슷한 것 같다. 사춘기부터 자기 연민이 많았던 터라 이 시를 보는 순간 소름이 돗는 느낌이었다.
오랜 직장생활과 이후 창업한 사업을 접고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면서 청바지와 당시 유행하던 군화에 빨간 캡을 쓰고 홍대앞에서 그림을 배우던 40대를 추억하며 그때 그린 자화상과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졌던 윤동주님의 시 '자화상'을 여기 옮긴다.

자화상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 집니다
도로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