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영화 이야기 - 부베의 연인 La Ragazza di Bube (1963)

Jaewook Ahn 2022. 2. 8. 08:25

 

 

살인죄로 1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약혼남 부베를 면회하러 가는 기차에서 마라(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의 회상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 2주 간격으로 타는 기차...
언제나 마음이 설럔다
여행의 길동무는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
과거는 살아있다.
괴로웠지만 슬프지는 않다."

마라는 14년 선고를 받고 복역중인 부베(죠지 차키리스)의 면회를 7년째 계속하고 있으며 오직 그가 석방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4년 7월 한여름 북부 이탈리아의 산중에 있는 마라의 집에 부베라는 청년이 찾아오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된다. 부베는 파르티잔의 일원으로 나치에게 처형된 마라의 오빠 산태의 동지로 산태의 전사 소식을 전하러 왔었다. 이들은 처음 본 순간 서로 이끌렸고 하룻밤을 마라의 집에서 묵은 부베는 전쟁에서 기념으로 가지고 온 낙하산 천으로 옷이나 만들어 입으라는 말을 남긴 뒤 떠난다. 그로부터 1년 후 겨울 다시 찾아온 부베는 마라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마라의 아버지에게 약혼 승락을 받는다. 그리고 얼마 후 부베가 다시 찾아왔을 때 부베는 친구가 경찰에 사살되자 보복으로 파시스트 정권의 경찰을 죽이고 쫓기는 신세였다. 그래서 이들은 도피 행각을 하게 되는데 부베의 집에서의 냉대와 끈질긴 경찰의 추적으로 두 사람은 하는 수 없이 폐허가 된 공장지대로 몸을 숨긴다. 국외로 탈출하려는 부베와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는 마라, 다시 부베는 기약없이 떠난다. 그후 마라는 시와 소설을 쓰는 지적인 한 청년을 만나지만 마라는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헤어진다. 1년만에 유고 정부로 부터 송환되어 재판을 받게된 부베에게 마라는 더 이상 인연을 끊으려고 재판장에 갔다가 부베가 아직도 사랑한다는 말에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 14년을 선고받은 부베를 면회간 마라는 그의 아내가 될 것을 다짐하고 그때부터 부베가 나올 날만을 기다리며 주위의 온갖 유혹도 뿌리치고 부베의 연인으로 한 달에 두 번씩 그를 만나러 가는 그녀의 여행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감옥에 간 사랑하는 님을 기다리는 시골 처녀의 애절한 순정을 그린 영화로 주인공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는 이 작품으로 이탈리아 은리본상 최우수 여우 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보다는 음악으로 더 잘 알려진 부베의 연인은 음악 감독 카를로 루스티첼리(Carlo Rustichelli)가 위험한 관계(형사로 더 잘 알려진 영화로 알리다 첼리가 부른 주제곡 Sinno me moro 죽도록 사랑해서도 역시 대단한 인기가 있었다)와 가방을 든 여인에 이어 세 번째로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출연한 영화의 음악을 만들어 또 다시 성공한다.
국내에는 1965년에 상영되었다.

이 영화를 국내 DVD가 출시되기 시작한 15년전쯤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이태리가 정치적으로 혼란한 파시스트 정권 말기에 파르티잔에 가담한 한 청년과 시골 처녀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멜로물로 영화보다는 주제곡으로 더 유명한 영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학생 시절이었던 60년대 후반 내가 광적으로 좋아했던 곡이다.

Directed by Luigi Comencini(루이지 코멘치니)
Starring Claudia Cardinale(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and George Chakiris(조지 차키리스)
Music by Carlo Rustichelli(카를로 루스티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