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영화 이야기 - M. 버터플라이 M. Butterfly (1993)

Jaewook Ahn 2020. 6. 13. 07:17


1964년 북경, 프랑스 대사관에서 회계사로 일하던 르네 갈리마르는 나비부인을 열창하는 경극 배우
송릴링에게 반한다. 그는 송릴링의 계산된 유혹과 동양여자에 대한 환상으로 순진하게 그가 여자인줄 속아 넘어가 점점 더 그에게 빠져들어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르네를 유혹하는 그의 연이은 편지에 망설이던 그는 프랑스 대사관의 부영사로 승진한 날 한밤중에
송릴링의 집으로 찾아가 돌이킬 수 없는 사이로 발전한다. 한편 송릴링은 르네로부터 베트남에 대한 사 정보를 입수해 중국 관원에게 보고하는등 사실상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르네가 송릴링에게 운명적이 사랑이라며 깊히 빠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중국 공산당원에게 한 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경극에서 여자역을 왜 남자가 맏는줄 아세요?"
"남자야말로 여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거든요."

그는 남자가 어떤 여성을 사랑하는 지를 잘 알고 있고 또한 그의 완벽한 여자 연기로 르네를 유혹하는
데 성공을 한 것이다. 송릴링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해 출산했다는 것 까지 믿었으니 그게 정말로 가능한지 믿을 수 없지만 그의 연기가 완벽했나 보다. 문화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송릴링은 당시 문화인이 대부분 그랬듯이 강제노역장으로 끌려가고 르네는 1968년 프랑스로 돌아간다.
송릴링은 어느날 르네를 찾아 프랑스로 와 둘은 다시 동거한다.
어느날 갑자기 정보부에 체포된 르네는 자신이 사랑한 송릴링이 사실은 남자였으며 송릴링에게 넘겨
준 정보 때문에 스파이 죄로 법정에 선다.

 

 

 

법정에 선 버나드 부르시코와 스페이푸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이 된 남자 프랑스인 버나드 부르시코(Bernard Boursicot)는 당시 상당한 놀림
가 되었던 모양이다. 영화에서도 법정에 선 르네 갈리마드를 비웃는 검사와 법관이 등장하는데 아직까지 법정에서 촬영된 사진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사연이 기가 막히다고 생각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나 보다.
그는 1983년 체포될 때에야 스페이푸(时佩璞, Shi Pei Pu)가 남자임을 알았고 충격에 자살을 시도
다. 스페이푸는 아들을 원한 아버지 때문에 남장을 하고 있지만 자신은 여자라고 했었고 버나드는 그 말을 믿었다고 한다. 스페이푸가 중국 정부의 위협을 받는다는 말을 듣게 된 후에는 스파이 활동에 협조하기도 한다.
스페이푸는 2009년 6월 30일에 70세의 나이로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했다. 1986년 스파이죄로 두
모두 6년형을 선고받았지만 1년 뒤에 대통령명으로 특별사면된다.
두 사람 모두 프랑스에서 살았고 스페이푸는 버나드의 아이라 주장했던 입양아 스두두(Shi Do Do,
구르인에게 돈을 주고 샀던 아기라 한다)와 여생을 보냈다. 죽기전에 버나드를 만나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자신을 속인 남자에게 동정을 보이기도 싫고 용서하고 싶지도 않다는 버나드는 이제서야 짐을 벗은 기분이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1990년대 중반 이 영화를 강남의 한 개봉관에서 보았는데 내겐 실로 충격적이었다. 실화를 바탕으
영화이어서 더 그랬나 보다.
영화에서는 르네가 감옥에서 동료 죄수들 앞에서 공연할 기회를 얻어 풋치니의 Madam Butterfly중
One Fine Day(어떤 개인날)를 카세트로 틀어놓고 이 오페라의 작품해설을 하면서 여주인공으로 분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거울 조각으로 동맥을 끊어 자살하며 끝을 맺는다.
남자가 교활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여자에게 얼마나 취약한지 또한 자신의 확신이 때론 완전히 허구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 느낀다면 이는 보너스가 될 것이다.

 

 

 

 

 

 

 

 

Directed by David Cronenberg(데이비드 크로넌버그)
Starring Jeremy Irons(제레미 아이러스) and John Lone(존 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