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 제 7의 봉인 Det sjunde inseglet / The Seventh Seal (1957)
Written and directed by Ingmar Bergman (잉마르 베리만)
Starring Max von Sydow (막스 폰 시도우), Bengt Ekerot (벤그트 에게로트), Gunnar Björnstrand
(군나르 비욘스트란드) & Bibi Andersson
페스트가 창궐한 14세기 유럽, 기사 안토니오스 블로크(막스 폰 시도우)는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다가 10년만에
고국 스웨덴으로 돌아왔으나 페스트가 온 나라를 휩쓸어 고국은 황폐해져 있다. 그의 종자 옌스(군나르 비욘스트
란드)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블로크는 죽음의 사자의 방문을 받는다. 블로크 기사는 자신의 죽음을 우선 피하기 위해 죽음을 담보로 한 체스 게임을 제안하고 사자는 그에 동의한다. 블로크는 체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에 신의 존재와 구원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러던 중 블로크는 광대 부부와 그들의 아기를 만나
충만한 평화를 느끼게 되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 동행을 자처하지만 블로크와 마찬가지로 신을 보는 심미안이 있
는 광대는 블로크가 죽음의 사자와 체스를 두는 것을 목격하고 블로크 기사 일행에서 몰래 떠난다. 블로크는 자신의 시종 옌스와 시종 옌스가 살해직전 구조해준 여인과 드디어 자신의 성에 도착하는데...
자신 앞에 불쑥 나타난 죽음의 사자에 기사 블로크가 체스 게임을 제안한 것은 죽음을 미루어 신의 존재에 대한
대답을 얻을 시간을 벌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블로크가 목격한 것은 흑사병, 고행의 행렬, 마녀 사냥과
같은 끔찍한 지옥이었고 신은 보이지 않은 곳에 숨어 여전히 침묵하고만 있었다. 잉마르 베리만 자신이 종교적
믿음에 대해 혼돈스러운 상태에서 만들었다는 이 영화는 기독교적인 신에 대한 감독의 회의적인 시각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인 70년대 초에 여성동아(?)에서 별책부록으로 나온 영화평론가 정영일님
이 쓴 세계의 영화 100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무성영화인 나폴레옹, 무도회의 수첩, 나의 청춘 마
리안느, 루이 말 감독의 연인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황혼(영화의 원 제목이 캐리임은
나중에 알았다 - 드라이저의 처녀작인 씨스터 캐리를 영화로 만듬)등 100 편이 소개되어 있었다.
특히 제 7의 봉인은 베리만이 감독한 최고의 영화라고 극찬을 했던 작품이어서 꼭 보고 싶었는데 15년전 쯤 디
비디가 출시되면서 볼 수 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 무심코 지나쳤던 광대 부부에 관한 장면은 어쩌면 이 영화의 또다른 핵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하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평범하게 살아가는 광대는 우연한 기회에 마리아의 환상을 잠시
보는데 그는 축복을 받아서인가 죽음의 문턱에서 피해 간다.
또하나 기사의 시종인 옌스가 구해준 여인은 마지막 장면에서 오히려 죽음의 사자를 기다리고 반기는 듯한 묘
한 표정에서 죽음에 이르는 길은 자신의 선행과는 관계없는 신의 뜻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어쨋든 이 영화를 포스팅하기 위해 여러번 영상을 요약해 재편집하면서 처음 보았을 때 보지 못한 여러 의미있
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올드 무비 매니어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