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Phaedra

Jaewook Ahn 2018. 5. 1. 21:18

 

 이 영화를 처음 알게된 것은 중 3시절경 영화평론가 정영일님을 통해서 였다. 당시

동아방송에서 일요일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 정영일의 영화음악 앨범(?)이라는 프

로를 거의 놓치지않고 들던 시절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며 주제곡을 부르는 멜

리나 메르쿠리의 음산한 분위기의 목소리가 나를 압도했고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에

안소니 퍼긴스가 바하 음악의 볼륨을 크게 올리고 훼드라를 소리 높여 부르며  급브

레이크 소리와 함께 자동차의 추락소리로 끝나는 사운드 트랙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

했었다.
 계모와 사랑을 나눈 사실을 알게된 아버지로부터 몹씨 두드려 맞고 수돗
가에

리를 뒤로 젖히고 코피를 씻고 있는데 훼드라가 다가와 씻어주는 장면을 잊을 수 없

다고 하시던 정영일님의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나는 이 영화를 많은 세월이 지난 50대 초반에나 볼 수 있었는데 역시나 감동적이

었다. 특히 파리에서 유리창을 심하게 두드리는 비가 몹시도 내리는 밤 벽난로의 불

꽃 조명속에서 안소니 퍼킨스와 멜리나 메르쿠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정사 장면은

흑백영화라서 더 아름답다. 특히 빗방울이 흐르는 창밖에서 촬영한 이 장면은 그들

의 비극적 종말을 예감이라도 하듯 오히려 슬프게 느껴진다.

 이 영화의 감독인 쥴스 다신은 이 영화를 만든 4년후에 멜리나 메르쿠리와 결혼을

하게된다. 음악은 그리스의 저항음악가로 잘 알려진 미키스 데오드라키스가 맏았

다. 멜리나 메르쿠리는 그리스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던 시절 88 서울 올림픽 때 서

울을 다녀갔으며 1994년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