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영화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Ma Nuit Chez Maud) - 1969년 프랑스 영화

Jaewook Ahn 2018. 1. 29. 21:53

 

 

 

 

 

Directed by Éric Rohmer
Starring Jean-Louis Trintignant, Françoise Fabian, Marie-Christine Barrault & Antoine Vitez

젊은 시절, 누구든 한 번쯤은 이상적인 여성과의 완벽한 사랑을 꿈꾸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아이디얼한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젊은 시절의 나를 보는 듯했다.
프랑스의 중부 산악 도시인 클레르몽 페랑의 한 성당,
주기도문을 암송하는 금발의 한 여인이 장 루이(장 루이 트린트냥)의 눈에 들어온다. 그의 시선을 느끼며
돌아보는 프랑수와즈(마리 크리스틴 바로), 두 사람의 운명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미사후 장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그녀를 뒤쫒다가 놓치나 순수한 모습의 그녀를 잊을 수가 없다.
"12월 21일 그 월요일 나는 프랑수와즈가 갑자기 내 아내가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라는 장의 독백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장 루이는 해외에서 근무하다 최근에 귀국해 대기업인 미쉐린에 근무하며 일요일이면 성당을 나가는 철
저한 케톨릭 신자로 나이가 34살,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으로 아직도 여자와 잠자리를 한 적이 없고 자신의 이상에 맞는 여성을 찾고있는 중에 프랑수와즈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는 우연히 들른 바에서 옛친구인 비달을 만난다. 그는 자유로운 연애를 하는 비달과
 사랑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비달이 자신의 여자 친구인 모드의 집을 함께 가자는 끈질긴 제안에 결국 수락한다. 모드는 딸아이를 둔 의사로 남편과는 별거중인 상태이고 비달과는 연인 관계이긴 하나 서로간에 미묘한 긴장감이 있는 매끄럽지 못한 상태이다.
이날밤 그들 셋이서 사랑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되고 아직도 아름다운 미모를 간직하고 있고 또한
발랄하고 꺼리낌이 없는 모드는 자신의 솔직한 결혼관을 이야기하는 장 루이에게 호감을 느낀다. 밤이 깊어지자 비달이 먼저 집을 떠나고 장 루이도 떠나려고 하자 모드는 눈이 많이 내려 위험하다고 가지말고 자고 가라고 권하나 몇 번을 거절당한다. 자존심이 상한 모드가 "그럼 가세요!"하고 쏘아 붙이자 자고가겠다고 하나 여분의 방이 없어 침대옆 소파에서 담요를 둘둘말고 쭈구리고 잔다.
새벽녁 춥다고 침대로 올라오라고 하는 모드의 권유(?)로 알몸으로 자고있는 그녀옆에 쭈구리고 누워있다
가 잠시 누군가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격렬하게 껴안고 키스를 하나 갑자기 장 루이는 그녀를 밀쳐낸다. 그날 밤 이렇게 자신과의 싸움으로 힘겹게 보낸 장 루이는 다음날 푸랑수와즈에게 접근해 둘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둘은 어느날 거리에서 장의 친구인 비달을 우연히 만난다. 비달을 보고 당황한 프랑수와즈는 장에게 자신은 한 유부남을 사랑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장도 나도 당신을 처음 만난날 한 여성과 하룻밤을 보내고 왔었노라고 이야기하며 둘은 다시는 이 이야기는 하지말자고 약속한다.
세월이 지난 5년후 둘은 결혼해 프랑스 남부 해안가에 놀러간다. 둘 사이엔 아들도 있다. 해변가로 내려가
던 둘은 우연히 그곳에서 모드와 마주친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순수한 영혼을 가졌다고 생각한 프랑수와즈가 모드의 전 남편의 연인이었음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김호영 교수가 쓴 프랑스 영화의 이해에 이 영화에 대한 자세한 평이 있어 여기 인용한다.
 모드집에서의 하룻밤은 로메르의 도덕이야기 연작중 세 번째 작품으로, 발표당시 프랑스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커다란 찬사를받았다. 누벨 바그 감독들 중 유난히 긴 침체기를 격었던 로메르는 이 영
화로 전세계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동시에 누벨 바그의 물결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
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해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장과 모드라는 평범한 삼십대 두 남녀를 중
심으로 종교적 사랑과 현실적 사랑, 신성함과 욕망, 진실과 거짓 사이를 조심스럽게 오가면 무수한
감정의 곡선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이 영화는 보편적이면서도 개별적일 수 밖에 없는 각 개인의 심
리구조를 절묘하게 묘사했다. 특히 선명한 흑백화면에 인물들의 사소한 시선이나 행동, 대화등을 정
교하게 구성하면서 인물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의 변화를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외국에 살다 프랑스에 돌아온 장 루이는 34살의 엔지니어로, 결혼을
위해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과 어울릴만한 여성을 찾고있다. 우연히 마을의 성당에서 기도문을 외우
있던 프랑수와즈을 발견한 그는 정숙하고 수줍어 보이는 그녀가 바로 자신의 상대자라고 확신하
게 된다. 그러던 중, 장은 옛 친구 비달을 통해 모드라는 자유분망한 한 여성을 알게 된다. 장과 비달
은 모드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게 되는데, 이들은 파스칼의 신성성에 대하 논쟁에서부터 시작
해 사랑과 결혼에 대한 얘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고해 대화를 나눈다. 그러면서 조금씩 서로의 가치
과 애정관을 알게 되고, 또 서로에게 조그씩 호감을 느끼게 된다. 비달이 먼저 자리를 피해 둘만 남
된 장과 모드는 좀 더 솔직하게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주고 받는다. 그러면서 장은 모드로부터 남
편과이혼하고 혼자 딸을 키우며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사실을 전해듣는다. 한편, 모드는 재치있는 말
솜씨
로 장을 떠보면서 그의 도덕적 원칙이 그다지 확고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장은 아름답고 지적
인 모드의 매력에 이끌려 흔들리게 된다. 결국 그날밤, 장은 모드에게 다가가나 이미 마음이 식어버린
모드는 그를 받아주지 않는다.  이후, 두 사람은 친구로 남게 되고 장은 성실한 구애끝에 프랑수아즈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몇 해 후, 푸랑수와즈와 이이를 데리고 피서지에 놀러간 장은 우연히 모드
마주치게 된다. 모드는 여전히 자유로워보이지만 여전히 혼자였다. 그런데 짧고 어색한 대화가 오가는
이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고 만다. 프랑수와즈가 바로 모드의 전남편의 정부였고, 자유
분망한 모드야말로 그 누구보다 신중하게 신성한 짝을 찾고있었던 것이다.
도덕이야기 연작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영화 역시 '한 남자가 잠깐 한 눈을 팔다가 다시 처음 좋아하던
여자에게로 온다'라는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에 충실하다. 다른 작품들의 남자주인공들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장은 매혹적인 여성의 출현으로 원칙과 충동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첫 여자에게로 돌아가는 보
수적이고 소심한 남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런데 오후의 연정에서처럼, 이 영화에서도 마지막 순간에
장이 돌아간 첫 여자가 그의 판단처럼 순결한 처녀도, 정숙한 아내도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즉,
영화는 도덕과 욕망사이의 선택을 다루면서도 그 선택자체에 내재된 공허를, 혹은 도덕이 지니는 모순
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로메르가 도덕이야기 연작을 통해 제시하는 문제는 거기서 좀 더 나아간다. 일견 도덕과 욕망
사이의 단순한 선택의 문제로만 비춰질 수 있는 흔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파스칼에서 키
에르케고오르에 이르는 사상들을 검토하여 '양자택일'이라는 존재론적 선택의 문제로 나아가는 것이다.
즉, 정작 그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눈구를 선택했는가(사건의 행위)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를 앞에 놓
고 고민하는 남성 주인공들의 머리 속 '생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