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병상일기 13 - 2015년 6월 5일
Jaewook Ahn
2018. 1. 28. 11:39
2012년 부르고뉴 황금언덕(Cote D'or)위로 올라가 촬영한 사진. 아름다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올렸다.
새벽 2시반,
길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단지 보이지 않아 모를 뿐,
오늘 섬세하신 조용은 박사께서 열어 보시고 그 길을 찾으실 것이다.
못 찾으신다해도, 이 또한 내 운명인 것을.
이 새벽, 엉치끝에 통증이 몰려와 진통제 케랄을 맞고 있다. 이 번 수술 이전에
맞는 마지막 진통제이길 바란다. 마음은 오히려 홀가분하다. 내 통증은 나름대로
규칙성이 있어 분명 확실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는 자연의 가장 단순한 진리
이다. 아직도 통증이 극심하다.
오늘은 내 수술의 성공을 확신하기에 무겁지않고 로맨틱한 너무나 잘 알려진 베
토벤의 로망스를 골랐다. 연주자도 내가 좋아하는 다비드 오이스트라이다.
오전 5시 반,
눈을 뜨니 어제 새벽 맞은 진통제 덕인지 통증은 덜 하나 갈증이 심하다. 수술전
까지는 물 한 모금도 못 마시게 되어있다.
예정수술시간 11시, 앞 사람의 사정에 따라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으나 대략
시간 5시간정도 남아있다. 첫 수술후 24일만에 하는 재수술이다. 마취와 동시 시
간의 개념은 없어지고
"수술 잘 잘 끝났습니다. 졸지마세요. 여기는 회복실이예요."
하는 간호사의 맨트와 이가 덜덜 떨릴 정도이 수술통증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이다, 수술도 자주해서인가, 두렵지가 않고 담담할 뿐이다. 어서 이 통증에서 해
방되어 가정과 사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오전 8시 10분,
방금 주치의 선생님인 조용은 박사님의 회진이 있었다. 선생님께 저의 증상이 일관
성이 있어서 어렵지않게 수술되리란 확신이 있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럼
내가 미안하잖아 하시며 툭 건드리고 가신다. 저는 박사님의 신중하신 결정에 믿
음이 간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오전 10시20분,
상상할 수 없는 강한 통증이 엉치쪽으로 몰려와 급히 진통제를 요청해 케랄을
맞고있으나 통증이 아직 여전하다. 이러한 통증이 마지막이기를...
지금시간 10시 50분, 예정대로라면 조만간 수술실로 이동할 것이다.
12시,
여전히 수술실로 가지않고 병실에서 대기중이다.
오후 1시 25분,
곧 수술실에서 사람이 데리러 온다고한다.
오후 10시 05분,
9시 10분에 회복실에서 입원실로 이동.목이 마르다.
수술은 잘 된듯 느낌이 좋다, 아프지만 통증과는 다르다
오후 11시반,
다시 컴을 열었다.
여전히 목은 마르고 물은 새벽 3시에나 마실 수 있단다. 너무 불편해 컴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