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일기

병상일기 2

Jaewook Ahn 2018. 1. 28. 08:49

 

 

 

 

2015.05.26
 오전 05시,
 새벽 3시에 잠을 깨었는데 심한 통증이 일단 없어 왠일인가 하는 반가움으
로 다시 잠을 청하고 깨어난 시간이 5시, 가만히 누워있는 상태에서는 경미
한 통증이지만 일단 일어서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기압으로 눌린 부위가 신
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는 이런 상태에서는 진통제를 맞지않고 버티었는데 나중에 더 극
심한 통증이 와 고생한 경험이 있어 이번엔 맞기로 했다. 어차피 12시간 경
과해 맞을 자격이 있으니까. 이 번에도 케랄을 정맥에 주사했다.이런 방법
으로 통증이 완전히 없아지길 기대하면서...
 14년전 수술했을 때고 그렇고 저의 경우 4-5번 디스크  파열로 인한 통증의
증상이 특이하다. 이번엔 반대쪽인 왼편인데 당시와 마찬가지로 세예부(사
타구니 맨 아래쪽)에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이 증상으로 신경외과 의사들
이 혼란을 일으켜 고관절이상과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해 추가 조사를 했
으나 다 이상없음으로 판정을 받았다.
 진통제를 맞지않고 통증이 오는 경로를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펴보니 통증이
시작되는 부위는 고관절부근 엉치뼈 주변이나 무릎 살짝 옆 윗편이고 통증이
극심해지면 신경을 타고 아주 예민한 부분인 고환 바로옆으로 까지 진행되어 
그곳의 통증이 가장 극심하게 느껴진다. 수술 이틀후 첫 발자국을 디딜 때 그
곳에 칼이 들어있는듯한 느낌으로 한 발자욱도 디딜 수 없었고 강도의 차이
는 있지만 그 상태가 며칠간 진행되었다. 통증의 진행경로를 의사선생님들께
자세히 설명을 드렸고 지금은 디스크치료에만 전념하시는 것 같다
 
 사실, 2001년에도 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 똑같이 이 서예부의 통증이 극
심했고(디스크로 인한 전형적인 부위 통증도 극심했지만) 심지어는 면도날
돌아가는듯한 통증으로 40여일간을 수술을 미루어 어느날 수련의 선생님께
수술을 미루는 이유를 개인적으로 물어보았더니 서예부통증은 이론적으로
의 디스크질환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어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고 하신
다. 저는 그 원인이 디스크와 관련이 있다는 100% 확신이 있었기에 다음날
회진 오신 선생님께 최근 며칠간은 서예부통증이 없다고 거짓으로 말씀드
더니 바로 수술을 해보자고 하신다. 그 후 수술에 들어갔고 수술은 성공적으
끝났다.  
 마취에서 막 깨어났을 때 선생님이 물어보신다.
 
"어떠세요?"
"모든 통증에서 해방되어 깨끗합니다."
"미안합니다. 진작 수술 해 드렸어야하는데..."
 
 말목을 도끼로 자르는듯한 통증, 사타구니에서 면도날이 돌아가는듯한 통
증으로 부터 그렇게 40여일만 해방될 수 있었다.
 이 번 통증도 어느날 갑자기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은 그리 복잡하지않고 단순하다. 세상
사 대부분에 적용되는 진리인 것같다.
 
 오후 3시,
 복띠를 단단히 조여매고 살짝 걸어 보았다.
 이 번에는 어제 저녁 주사를 맞기전 증상처럼 엉덩이 부근의 통증으로 걷
기가 불편하다. 10여 미터 걷기조차 힘겹다. 일단 걷기를 포기하고 누워
가슴에 컴을 올려놓고 왼손으로 컴위를 붙들고 오른손으로 자판을 두드
다. 이 시간 만큼은 모든 고통을 잊는다.
 어제의 청춘은 아름다워라에 이어 오늘은 약혼신부 마티아스를 읽
다. 너무 인간적인 그러나 타락한 헤세의 신부 마티아스는 한 편의 추
리소설을 읽는듯 잠시도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인간의 영혼을 온전히 하
느님께 맏기기엔 그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후 5경,
 휴일인데도 주치의 선생님이 다녀가셨다.
 MRI를 한 번 찍어 보자고 하신다. 아마도 계속되는 통증의 원인이 이해
가 잘 안되는 모양이다. 가능한 빨리 촬영해 달라고 부탁했다. 통증의 원
인을 파악해서 재수술을 하는 고생을 하더라도 빨리 이 병원에서 탈출하
고 싶다.
  조금전 25년전쯤 사업할때 라인 반장을 하며 오랜동안 근무했던 여직원
찾아왔다. 지금은 성공해 부부가 품나라라는 인터매출 1위의 육
가공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당시 사내 결혼을 했으니 와는 정이 많이
사이라 이런저런 옛이야기를 많이 했나보다. 대뜸 반대편 옆쪽에 입원
환자분이 시끄럽다고 소리부터 지른다. 보호자도 옆에 있던데 와서 조
해달라고 이야기 했으면 알아들었을 텐데 한국은 분노조절장애인
람들이 도처에 있나보다. 일단 화부터내고 보는,
 앞에 계신 다른 보호자분이 대꾸하지 말라고 눈짓으로 이야기해서 참았
다. 그러지 않아도 대꾸할 생각도 별로 없었다.
 
 오후 8시,
 MRI 를 다시 촬영했다. 걸기가 불편해 휠체어를 이용해 촬영실로 이동
했다. 결과에 따라서는 재수술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재수술이라도
해서 정상으로 돌아 올 수 있다면 이 또한 기쁨이 아니겠는가!
 고통은 잠시 지나가고 남은 인생은 끝나는 날을 모르고 계속 진행되니
까.
 
 오후 8시 45분,
 오늘 2번째로 케랄을 정맥에 주사하고 있다. 통증의 강도가 심하지는
않으나 이 진통제를 맞지 않으면 통증으로 오늘밤 잠을 잘 수 없을 것

이다. 

 

입원하여 가장 많이 맞은 진통제 케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