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랜기억
2000년대 초반이던가,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 불면증을 극복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오른 팔이 무겁다, 왼 팔이 무겁다로 시작하여 오른 쪽 눈꺼풀이 무겁다, 왼 쪽 눈꺼풀이 무겁다
등을 반복적으로 외우는 자기암시 방법, 모자르트의 음악을 조그많게 틀어 놓은 상태에서 잠을
청하는 방법등,
그러나 내가 고안해 낸 방법중 가장 효과를 본 것은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오랜된 기억들
을 되살려 기억해 내는 것이었던 같다. 이 오래된 기억을 더듬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들 곤 했다.
기억들,
내가 처음으로 기억에 관한 생각을 한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쯤 이다.
당시 살던 제천시 남천동, 비가 온후 개인 어느날 나는 바로 아래 동생의 자전거를 뒤에서 밀어주
며 달리고 있었다. 간혹 물웅덩이도 보였다. 오른쪽으로 조그만 개울도 보였고 어둑 어둑 해질 무
렵이었던 것 같다. 문득 어린 내게 이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왜 지난 날들의 기억들을
다 잊어 버리지? 내가 오늘 동생의 자전거를 밀어주고 있는 이 순간만은 영원히 잊어 버리지 말고
기억하기로 하자. 이런 다짐을하면 오늘의 이 사실은 잊어 버리지 않겠지!
그 다짐 때문 이었을까? 나는 살아가면서 가끔씩 그 순간들을 떠올리곤 했다.
그리고 더 철없던 어린 시절의 기억,
아마도 네 살쯤 되었을 어느 따스한 봄날의 아련한 기억,
노오란 들 꽃이 피어있고, 눈부신 햇쌀이 있는 어느 따스한 봄 날이었던 것 같다. 몇명의 친구들
과 나는 들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오른 편의 언덕에 돌로 덮혀있는 곳에 누군가가 묻혀있다는
것이다. 왜 사람이 죽으면 돌로 덮어둘까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며 나와 무언가 연관이 있는
곳 같은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당시의 애련한 생각이 어린 마음에도 강렬했기 때문일까?
나중에 그 무덤이 다섯살에 세상을 떠난 바로 한 살 위인 내 누나의 애창(어린이 무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여년전 형님들과 동생의 무덤을 찾고자 고향을 갔으나 수 많은 세월을 거
치면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아 다들 정확한 위치를 몰라 머뭇거리고 있을 때, 어린 시절의 어
렴풋한 기억을 되살려 느낌이 가는 한 장소의 흙을 손으로 살살 파다보니 돌무더기가 나오는 것
이 아닌가! 우리는 아주 오랜전 먼저 간 누나의 명복을 빌고 다시 원상회복을 하고 돌아왔다.
아마도 강렬한 인상을 준 기억들은 무의식속에 오랜동안 남아았다 언제라도 의식위로 올라오나
보다. 지금까지 내가 찾아낸 가장 오랜된 기억은 아마도 네 살 즈음 내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이 날에 대한 것 같다. 네 살이라고 해바야 내 생일이 12월이니 생후 3년이 채 않되는 시절이었
을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려있는 제천을 다녀오며 이 곳의 대표적인 명승지인
의림지에 들러 징표로 사진을 몇 장 촬영했다.
<2015년 4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