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있는 영화 두 편 (우수와 엘비라 마디간)
대학 3학년재학시 여름방학으로 기억된다.
방학을 맞아 당시 부모님이 계시던 충주로 와서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자주 가서 소설책을 빌려 보곤했던 남한강초등학교 윗편 언덕에 자리잡고있는 충주시립도서관을 매일 찾아가 취업공부를 하던 시절이었다. 내가 고등학교을 다닐 때 부임하신 도서관장은 상이용사로 한쪽 손의 손가락이 3 마디정도 잘린 장애가 있으신 분이었는데 당시 프랑스 문학작품을 주로 빌려가는 내게 많은 관심을 보이시곤 해 내가 도서관을 갈 때마다 친절하게 맞아주시던 분이었다. 이 도서관 바로 아래에는 관사가 있었는데 부인과 초등학교 3학년쯤되는 아들도 오다가다 마추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을 갔는데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꼈다. 또한 내가 좋아하던 관장님이 보이지 않아 물어보니 하루전 휴일 문경세제 등반하다가 추락사하셨다는 것이었다. 잠시후 부인이 어쩔줄 몰라 울부짖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4-5년간 마음에 두었던 분의 이런 소식에 어찌나 마음이 심란한지 도저히 도서관에 앉아 공부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도서관을 나와 마음을 둘 곳을 몰라 배회하다가 찾아간 곳이 당시 충주극장이었는데 이 곳에서는 항상 영화 두 편을 동시상영하는 곳이었다. 이 날 보게된 영화가 내게 더욱 슬픔을 안겨준 우수(雨愁)와엘비라 마디간이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나탈리 우드 그리고 찰슨 브론슨이 조연으로 나오는 우수는 폐허가 된 철둑길을 걸어가던 허름한 차림의 한 소녀가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소년에게 자신의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지난 일들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시작되는데 영화가 끝날 무렵 그래서 언니는 어떻게 되었는데 하고 묻는 소년에게 죽었단 말이야 하고 핀잔을 주었던 장면이 어렴풋하게 남아있다. 이 영화가
테네시 윌리암스의 희곡 This Property is Condemned (저주받은 재산)을 영화한 것이고 로버트 레드포드와 명 콤비를 이루어 여러 작품을 찍었던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시드니 폴락 감독이라는 사실은 최근에 알게 되었다. 이 영화가 1966년 작품인 것으로 보아 두 사람이 콤비를 이루어 만든 초기 작품인 것 같다. 디비디로 출시는 된 것 같은데 구입하기가 쉽지를 않아 아직 다시 보지는 못하였다.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는 엘비라 마디간은 나의 마음을 송두리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지금껏 영화에서 보지못한 북유럽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을 중심으로한 느릿한 화면의 움직임도 그랬고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의 아름다운 선율은 이 영화를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영화로 내 마음에 남겼다. 19세기말 당시의 미녀 곡예사로 유명세를 타던 엘비라 마디간이 파리 공연도중 갑자기 자
취를 감추어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 유부남인 기병 장교와 외딴 초원에서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다. 이를 바탕으로 두 사람의 사랑의 도피행각을 추정해 만든 영화가 엘비라 마디간이다.
슬픈 마음을 달래기위해 찾았다가 비극적 결말을 맞는영화 두 편을 연속으로 보았던 날이라 더욱 가슴에 와 닿아 잊을 수 없는 영화로 남게 되었다. 이 영화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2,000원대면 디비디를 구입할수 있어 아직 보지못하신 분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2014년 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