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산문 산책

회상 (알프레드 뮈세)

Jaewook Ahn 2018. 1. 21. 09:47

 

 

 

 

회상    


보면 눈물이 흐를 것을 알면서 나는 여기 왔노라
영원히 성스러운 장소여, 괴로움을 각오했는데도
오오, 더할 나위 없이 그립고 또한 은밀하게
회상을 자아내는 그리운 곳이여!

그대들은 왜 이 고독을 만류했는가?
친구들이여, 왜 내 손을 잡으며 만류했는가?
정겨운 오랜 습관이 이 길을 걸어가라고
나를 이끌어 주었던 때에

바로 이곳이었다 이 언덕, 이 꽃 피는 히드의 풀밭
말없는 모래밭에 남아 있는 은빛으로 빛나는 발자취
사랑 가득한 오솔길 속삭임이 넘쳤고 그녀의 팔은
힘껏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바로 이곳이었다,

이 초록색 잎사귀 우거진 떡갈나무 숲
굽이굽이 굽이쳐 겹쳐진 이 깊은 협곡
이 야생마 친구들, 옛날 그들의 속삭임에
마음 하느작거리던 아름다운 나날

바로 이곳이었다, 이 숲속, 지금도 걷노라면 젊음은
발자국 소리 따라 한 떼의 새가 되어 연이어 노래한다
매혹의 땅이여, 아름다운 광야, 연인들의 산책길이여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던가

아아,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고 싶은
상처 아물지 않은 마음에서 솟아오르는 이 눈물!
사정 보지 말고 그대로 멈추게 하라, 나의 눈에
옛날을 숨겨주는 이 너울!

내 행복을 지켜보는 이 숲의 메아리 속에
애석한 마음을 외치러 온 것은 아니다
고요히 아름다운 자태로 서 있는 이 숲이 자랑스러울 때
내 마음 역시 자랑스러운 것이다
 
                                        알프레드 뮈세
 

 

 

 Alfred De Musset(1810-1857)
 
파리 출생으로 프랑스의 바이런이라고도 한다. 어릴 때부터 시를 짓고, 18세 때 위고의 그룹에 참가
하였으며, 재기 ·우아함 ·조숙으로 인기를 얻었다. 시집 《에스파냐와 이탈리아 이야기》(1830)로 데
뷔했으며, 경쾌하고 우아한 시인으로서 유명해졌다.
극작 《베네치아의 밤》(1830)이 오데옹 극장에서 상연되었다가 실패한 후, 주로 상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희곡을 창작하게 되어, 《안드레 델 살트》 《마리안느의 변덕》(1833), 《로렌자초》
<판타지오》 《사랑은 장난으로 하지 마오》(1834) 등을 썼다. 이 작품들은 오늘날에 와서 그 가치가
재확인되었다. 
 1833년 여류작가 조르주 상드와 사랑하게 되어 함께 이탈리아로 떠났으나, 그 사랑도 마침내 파탄을
가져와 다음해에 뮈세만 귀국하였다. 이 체험을 바탕으로 이른바 ‘세기병(世紀病)’의 자세한 진단서인
유일한 장편소설 《세기아(世紀兒)의 고백》(1836)과, 《5월의 밤》 《8월의 밤》 《10월의 밤》 《12
월의 밤》의 4편으로 된 일련의 《밤》(1835∼1837)의 시와, 《비애》(1840) 《추억》(1841) 등의 시
가 발표되었다.
《밤》의 시에서는 실연의 절망감에서 벗어나, 간신히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시를 써보려는 시인의 눈
물겨운 노력을 읊었으며, 이 시는 프랑스 낭만파의 시 중에서도 걸작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조숙했던 그의 창작력은 30세를 지나면서부터 심신의 쇠약과 함께 시들어갔으며, 고독과 슬픔

속에서 생애를 마쳤다. 죽기 5년 전인 1852년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출처 두산백과>